
알림창 끄고 레트로 게임기 켰더니 생긴 일: 미유 미니 플러스 3개월 사용기
- Technology, Lifestyle
- 06 Jun, 2026
솔직히 말해볼게요. 최근에 퇴근하고 나면 제가 하는 일이라곤 소파에 누워 유튜브 쇼츠나 릴스를 의미 없이 2시간 동안 넘겨보는 게 전부였습니다. 가끔은 '각 잡고 게임 좀 해볼까?' 싶어서 플스5나 스팀을 켜도, 로딩 화면을 기다리다 지치거나 튜토리얼만 깨고 끄기 일쑤였죠.
그러다 문득, 어릴 때 문방구 앞에서 쪼그려 앉아 하던 게임이나 팩 꽂아서 하던 게임보이 시절이 너무 그리워졌습니다. 그땐 게임 하나만 있어도 한 달이 행복했는데 말이죠. 요즘 유행한다는 '디지털 디톡스'도 할 겸, 알리익스프레스에서 5만 원 정도 주고 중국산 레트로 에뮬레이터 게임기인 '미유 미니 플러스(Miyoo Mini Plus)'를 충동구매했습니다.
그리고 3개월이 지난 지금, 제 저녁 시간은 완전히 달라졌습니다.
스마트폰은 저리 치워두고
이 게임기의 가장 큰 장점은 역설적이게도 **'인터넷이 (제대로) 안 된다'**는 겁니다. (물론 Wi-Fi 기능이 있긴 하지만 기껏해야 도전과제 연동이나 게임 커버 다운로드용입니다.)
스마트폰으로 모바일 게임을 하면 꼭 중요한 순간에 카톡이 오거나, 재난문자가 울리거나, 인스타그램 알림이 뜹니다. 집중이 확 깨지죠. 게다가 요즘 모바일 게임들은 죄다 '가챠(뽑기)' 아니면 '시즌 패스' 결제를 유도해서 게임을 하는 건지 스트레스를 받는 건지 헷갈릴 때가 많습니다.
하지만 이 작은 플라스틱 덩어리를 쥐고 있으면 방해받을 일이 전혀 없습니다. 십자키의 딸깍거리는 느낌, 단순하지만 귀에 쏙쏙 박히는 8비트/16비트 BGM. 알림창 하나 없는 온전한 나만의 공간으로 들어가는 기분입니다. 자기 전에 침대에서 스마트폰 대신 이 녀석을 켜고 슈퍼 마리오나 포켓몬스터 파이어레드를 30분 정도 하다 자는데, 확실히 수면의 질도 좋아진 것 같습니다. 쏟아지는 도파민에 절여져 있던 뇌가 조금씩 차분해지는 느낌이랄까요.
5만 원으로 산 90년대의 타임머신
기기 자체의 퀄리티도 기대 이상이었습니다. 옛날 싸구려 중국산 게임기들을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 화면 퀄리티: 3.5인치 IPS 디스플레이는 색감이 엄청 쨍합니다. 예전 게임보이나 닌텐도 DS 시절의 백라이트 없는 칙칙한 화면과는 비교가 안 되죠. 도트 픽셀 하나하나가 선명하게 살아있습니다.
- 조작감: 버튼이나 십자키(D-Pad)의 감도도 훌륭합니다. 액션 게임이나 격투 게임을 할 때 기술이 삑사리 나는 일이 거의 없어요.
- 어니언 OS(Onion OS): 이게 이 기기의 핵심입니다. 기본으로 깔려있는 운영체제를 지우고 커스텀 OS인 어니언 OS를 깔았더니, 게임을 하다가 전원 버튼을 끄면 그 상태 그대로 멈추고, 나중에 다시 켜면 정확히 끄기 직전 화면부터 1초 만에 다시 시작합니다. 지하철이나 버스에서 잠깐씩 짬 날 때 하기 완벽한 기능이죠.
우리는 왜 다시 레트로에 열광할까?
최근 제 주변에서도 이런 에뮬레이터 게임기(앤버닉, 레트로이드 등)를 사는 사람들이 부쩍 늘었습니다. 최신 AAA급 게임들이 언리얼 엔진 5로 실사 같은 그래픽을 뽐내는데도, 왜 우리는 투박한 도트 그래픽으로 돌아가고 싶어 하는 걸까요?
아마도 **'단순함'**에 대한 갈망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요즘 게임들은 너무 복잡합니다. 시스템을 이해하는 데만 한참 걸리고, 방대한 오픈월드를 돌아다니는 것 자체가 노동처럼 느껴질 때가 있습니다. 하지만 예전 게임들은 직관적입니다. A버튼은 점프, B버튼은 공격. 끝입니다. 복잡한 튜토리얼 없이 바로 재미의 핵심으로 뛰어들 수 있죠.
게다가 미완성 상태로 출시해서 데이원 패치로 고치거나, 진엔딩을 DLC로 팔아먹는 요즘 게임계의 행태에 지친 탓도 있을 겁니다. 그 시절 팩이나 CD로 나온 게임들은 그 자체로 완결된 예술 작품이었으니까요.
글을 마치며
물론 단점도 있습니다. 기기가 작다 보니 손이 큰 사람이라면 1시간 이상 쥐고 있으면 손가락이 좀 뻐근해집니다. 그리고 수천 개의 게임 롬파일을 정리하고 세팅하는 초반 과정이 귀찮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이 세팅 과정 자체를 즐기는 분들도 많지만요!)
만약 여러분도 퇴근 후 침대에 누워 의미 없는 스크롤링만 하고 있다면, 이번 주말엔 넷플릭스나 유튜브 대신 5만 원짜리 타임머신을 타보시는 건 어떨까요? 화려한 그래픽은 없지만, 어릴 적 느꼈던 그 순수한 게임의 재미를 다시 발견할 수 있을 겁니다. 확실한 건, 이 작은 기기가 제게는 최근 몇 년간 샀던 그 어떤 IT 기기보다 '가성비' 좋은 행복을 주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