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스크탑 대신 ROG Ally X로 한 달 살아보기: 리얼 사용기
- Review
- 11 Jul, 2024
몇 달 전, 제 크고 무거운 게이밍 데스크탑이 슬슬 한계를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그래픽카드와 메인보드를 바꾸려니 또 수백만 원이 깨질 상황이었죠. 그래서 조금 미친 척하고 과감한 결정을 내렸습니다. 데스크탑 코드를 뽑아버리고 ASUS ROG Ally X를 덜컥 구매한 겁니다. 목표는 단 하나. 이 작은 UMPC 하나로 제 모든 게임과 일상적인 PC 작업을 전부 처리할 수 있는지 시험해 보는 것이었죠.
매일같이 이 기기와 동고동락한 지금, 드디어 솔직한 후기를 공유할 준비가 되었습니다. 결론부터 말씀드리자면, 완벽하진 않지만 제 게임 라이프스타일을 송두리째 바꿔놓았습니다.
장점: 왜 Ally X가 진짜 물건인가?
1세대 ROG Ally는 훌륭한 콘셉트였지만 끔찍한 배터리 타임과 몇 가지 하드웨어 결함(SD 카드 리더기 등) 때문에 아쉬움이 컸습니다. 하지만 이번 Ally X는 ASUS가 애초에 이렇게 만들었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완성도가 높습니다.
압도적인 배터리 타임
가장 극적인 변화는 배터리입니다. ASUS가 배터리 용량을 80Wh로 물리적으로 딱 두 배 늘려버렸죠. 이게 실사용에서 어떤 의미일까요?
- 인디 게임 (스타듀 밸리, 하데스 등): 충전기 없이도 5~6시간은 거뜬합니다.
- AAA 게임 (사이버펑크 2077, 엘든 링 등): 15W 모드 기준으로 2.5시간에서 3시간 정도는 충분히 버텨줍니다.
예전 UMPC들을 쓸 때는 항상 콘센트 주변을 맴돌아야 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배터리 걱정 없이 비행기나 기차 안에서도 마음 편히 게임을 즐기고 있습니다.
향상된 성능과 그립감
프로세서는 1세대와 동일한 Z1 Extreme이라서 드라마틱한 성능 향상이 있는 건 아닙니다. 하지만 램이 16GB에서 24GB로 늘어난 게 신의 한 수입니다. 게임 중 잔렉(스터터링)이 훨씬 줄었고, GPU에 할당할 수 있는 메모리도 훨씬 여유로워졌죠.
그리고 무엇보다 기기를 쥐었을 때의 느낌이 정말 좋습니다. 무게는 살짝 무거워졌지만 그립부가 훨씬 두툼해지고 인체공학적으로 바뀌었습니다. 1세대는 한 시간만 들고 있어도 손에 쥐가 나는 느낌이었는데, Ally X는 몇 시간을 쥐고 있어도 편안합니다. 조이스틱의 장력도 쫀쫀해져서 훨씬 고급스러운 조작감을 줍니다.
단점: 7인치 화면에서 윈도우 11을 쓴다는 것의 현실
만약 닌텐도 스위치나 스팀덱을 쓰다가 넘어오시는 분이라면 기대치를 확실히 조율해야 합니다. 이 기기는 좋든 싫든 윈도우 11이 깔려있는 진짜 PC이기 때문입니다.
여전히 불편한 소프트웨어 경험
ASUS의 통합 제어 프로그램인 Armoury Crate SE가 많이 발전하긴 했지만, 윈도우 11 자체는 터치나 컨트롤러 조작을 위해 만들어진 OS가 아닙니다.
- 바탕화면 조작: 손가락으로 콩알만한 창 닫기 버튼을 누르거나 화상 키보드를 띄우는 일은 여전히 답답합니다.
- 슬립(절전) 모드 문제: 전원 버튼만 누르면 완벽하게 게임이 멈추고 대기 모드로 들어가는 스팀덱과 달리, 윈도우는 절전 모드에서 깨어날 때 게임이 튕겨버리는 경우가 종종 발생합니다.
데스크탑 대체제로 쓸 수 있을까?
이 부분을 제대로 테스트하기 위해 USB-C 허브를 사서 27인치 모니터에 연결하고 마우스와 키보드를 세팅해 보았습니다. 간단한 웹서핑이나 유튜브 시청, 블로그 글쓰기 정도는 될까요? 네, 아주 쾌적하게 잘 돌아갑니다. 그렇다면 외부 모니터로 최신 AAA 게임을 1440p 해상도로 즐길 수 있을까요? 아니요. 큰 화면에서 프레임 방어를 하려면 해상도를 1080p 이하로 낮추고 FSR 같은 업스케일링 기술에 크게 의존해야만 합니다.
최종 평가: 살 가치가 있을까?
ASUS ROG Ally X는 현재 시장에 나와 있는 윈도우 기반 핸드헬드 PC 중 단연 최고입니다. 전작에서 사람들이 불만을 가졌던 거의 모든 하드웨어 이슈를 해결했습니다.
어떤 분들께 추천하나요? 출장이 잦거나, 스팀OS에서 안 돌아가는 게임(데스티니 가디언즈나 안티치트가 빡빡한 게임들)을 해야 하거나, 그저 푹신한 소파에 누워 PC 게임을 뒹굴거리며 하고 싶은 분들이라면 최고의 선택입니다.
어떤 분들은 피해야 할까요? 콘솔처럼 복잡한 세팅 없이 '그냥 켜면 되는' 직관적인 경험을 원하신다면 스팀덱을 사시는 게 맞습니다. 그리고 모니터에 연결했을 때 200만 원짜리 데스크탑 본체 같은 성능을 기대하신다면 크게 실망하실 겁니다.
저요? 저는 아직도 창고에 넣어둔 데스크탑 PC를 꺼내지 않았습니다. 수백 개의 라이브러리가 담긴 게임기를 통째로 들고 소파나 카페를 자유롭게 오가는 이 해방감은 한 번 맛보면 절대 포기할 수 없거든요.








































































